"아이스하키는 나의 '자부심'이다. 내게 자신감과 특별함을 동시에 선사해줬다"
프로 아시아리그의 닛코 아이스벅스에서 선수생활을 한 문진혁 선수.
포지션은 센터로 분당중, 경기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일본팀에 입단했다. 국내에서 선수시절 IIHF U20 World Championship Division 2 Group B, 2021년도 U리그, 2022년 정기고연전 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면서 우승 경험을 쌓고 해외에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 지도자로써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Q.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중·고등학교 선수 시절은 어땠나?
아이스하키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추천과 저의 소심한 성격 변화를 위해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저는 어렸을 때 훈련이나 경기를 해도 그다지 재능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같은 학년에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친구들과 비교해도 기량에 못 미치는 선수였는데 분당중학교 1학년 시절, 당시 아이스하키부가 창립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에 선수 인원이 부족한 탓에 자연스레 이종환 감독님은 저에게 게임에 투입되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주셨다. 기회가 많으니 모든 경기를 소화하게 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이후 중학교 졸업하고 경기고에 진학했는데, 첫 훈련을 마치고 충격에 빠졌었다. 각 중학교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모였는데 같이 입학한 동기들이 저보다 잘한다는 것을 느꼈기 떄문이죠. 당연히 경쟁은 더욱 치열했고, 이런 상황을 잘 이겨내고자 나만의 강점을 살리기로 했는데 아이스하키에서 중요한 패스, 시야, 하키 센스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면서 동기들과 경쟁을 했다. 그 결과 김한성 감독님께서 이를 알아봐주셨고, 이주형 선수, 강민완 선수(이하 현 HL안양)와 함께 라인을 구성해 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었죠.
Q. 대학 선수 시절은 어땠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2022년 정기 고연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학년 때 첫 정기전에서는 4-1로 패전을 기록했는데 이후 코로나로 인해 2, 3학년때는 정기전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대학선수로 뛰는 마지막 시즌인 4학년 때에는 2022년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동기들의 힘을 크게 느꼈는데 당시 후배들은 아무도 정기전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지난 2022년 패배의 경험도 느끼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저와 제 동기들은 더욱 간절했다. 정기전에서 패전의 감정을 후배들에게 똑같이 남겨주기 싫었고 결국 1학년 때 패배했던 스코어인 4-1을 그대로 되갚으며 대학 시절 내내 가지고 있던 아픔을 씻을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정기전 승리라는 결과를 보여줘 기쁜 마음도 있었다.
Q. 당시 찰떡궁합이 맞았던 선수와 친한 동료가 있나?
강민완 선수가 저와 가장 잘 맞았다. 경기고 1학년부터 고려대 4학년까지 같은 라인에서 함께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경기에서는 누구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밖에 없다. 운동 외적으로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링크장에서도 시너지가 발생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거 같다.
고려대학교 19학번 동기들과 가장 친하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가깝게 지냈고, 내게 힘이 되며 언제 어디서든 응원하게 되는 친구들인거 같다. 각자의 일들로 바쁘더라도 1년에 한두 번은 다같이 꼭 본다.
Q. 국가대표로도 뛰었는데 활약상을 소개해달라.
U20 국가대표 시절 경기마다 1조 센터로 출전해 매번 포인트를 기록했다. 덕분에 팀의 안정적인 승리를 도울 수 있었다.
Q. 졸업 후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어떤 이유로 일본팀에 입단하게 됐나?
점점 축소되는 국내 아이스하키 인프라, 프로 세계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했다. 문득 제가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과 태도를 떠올려봤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추억을 남긴 순간은 모두 아이스하키와 연관돼 있었다. 결국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라는 결심으로 일본팀에 입단하게 됐다.
Q.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이 한국과 다른 점은?
가장 큰 차이점은 훈련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선수들에게 무게를 치는 방식의 훈련 방법을 많이 권유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가벼운 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민첩성, 순발력 등을 중점으로 한 훈련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Q. 일본 선수생활 동안 친하게 지낸 현지 선수가 있나?
주장 사토 히로또(9번, D), 스즈키 유타(38번, F), 사카타 슌(4번, D)가 베테랑으로서 많이 챙겨줬다. 젊은 선수들인 이토 토시(29번, F), 아베 타이가(10번, F), 미야타 다이스케(21번, F) 등 선수들과의 추억이 가장 많다. 지금도 종종 안부를 묻곤 한다.
Q. 은퇴는 언제 했나? 개인적인 방향을 잡고 계신가?
은퇴는 2023-2024 아시아리그 시즌이 끝난 후 결정했다.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 선수 시절에도 대화를 통해 동료들과 조언, 피드백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제가 현재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들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달하여 빨리 깨달아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Q. 지도자로써 자신만의 교육 방법이 있나?
선수는 자신의 장단점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톱 레벨 만큼 잘하는 선수는 없다. 슛이면 슛,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등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수의 성장에 있어 성장동력으로 작용한다. 남들은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빨리 캐치할 수 있도록 지도할 생각이다.
Q. 앞으로 어떤 선수를 만들고 싶은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선수를 만들고 싶다. 선수들의 기량이 항상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을 해도 떨어질 수 있고, 생각보다 발전이 더딜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면 그러한 시간들을 잘 이겨내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Q. 아이스하키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부상이다. 아이스하키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마찬가지다. 내가 언제 어디서든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이 다가 올 수 있다. 부상을 당하면 신체의 회복도 회복이지만, 멘탈도 굉장히 흔들린다. 복귀 후 나의 퍼포먼스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보다 많이 떨어졌을 수 있다. 스포츠는 무한경쟁인 만큼 '내가 쉬는 동안 다른 선수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저 또한 이런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만의 노하우로 잘 극복해 나갔다.
Q.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은?
'차별성'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스케이트를 탈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곧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함'을 말하고 이것이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Q. 기억에 남는 감독님 또는 코치님이 계신가?
대학 시절을 함께한 김성민 감독님, 김우영 코치님, 오세안 코치님, 신소정 코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 프로 선수가 되고자 했던 꿈과 열정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이분들이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팀이 힘들 때나, 좋을 때 모든 순간을 함께한 그 기억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프로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이다.
Q. 아이스하키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스트레스는 지금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감정들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느끼고, 이겨내고, 즐겼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만 몰두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즐기면서 아이스하키를 했으면 좋겠다.
Q.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PRIDE'이다. 아이스하키를 하며 자라왔고, 아이스하키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아이스하키를 통해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아이스하키는 내게 자신감과 특별함을 동시에 심어준 존재다.
Q. 올해 목표와 향후 이루고 싶은 꿈은?
지금의 지식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한 공부와 배움을 이어나가고 싶다. 후배들에게 더 좋은 아이스하키, 현명한 아이스하키를 알려주고 싶은 목표가 있다.
아이스타임즈 이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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