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오는 9월 9일(화) 14시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대한체육회 체육단체 선거제도개선위원회 주최로, 주관단체인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와 함께 진행하며, 대한체육회장·지방체육회장·회원종목단체장 등 각급 체육단체 선거제도의 공정성과 대표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체육단체 선거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와 제언’ 주제발표와 ‘지방체육회장 선거 제도개선안’ 현안발표에 이어, 학계와 선거․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층 토론으로 이어지는데 주요 의제로는 ▲직선제 도입 ▲모바일 투표 실시 ▲선거의 공정 및 기회 균등 강화 ▲후보자 자격요건 강화 등이며, 질의응답을 통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3월 선거제도개선부를 신설하고, 4월 ‘체육단체 선거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20여 차례의 회의와 연구용역을 병행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선거제도 개편의 이유는 지난 1월 치러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체육회를 이끌어 갈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는데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많은 논란을 남기면서 단순한 후보 간 경쟁을 넘어,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가처분 신청서를 통해 '선거 시간과 방식의 불합리'를 집중적으로 지적했고, '실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체육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후된 체육인 선거를 바로 잡고자 가천분 신청을 결단했다.
이 회장이 제기한 문제 중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진 부분은 투표 시간이다. 선거 당일 투표는 오후 1시 이후 후보자 소견 발표가 끝난 뒤 개시 선언이 있어야 시작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전체 투표 시간은 단 150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일정은 사전에 명확하게 공지되지 않았고, 다수의 유권자들은 투표 안내문을 받은 이후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체육인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서울 투표장까지 도착해야했고 선거인단 중 실제 개인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분들이 많은데 투표 일정과 시간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이들이 투표 시간안에 도착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실질적인 참정권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거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정작 물리적·시간적 장벽을 해결할 방안은 전무했던 셈이다.
이번 선거가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졌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일반 체육인이 아닌 2,244명의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조직 장악력이 강한 기존 체육계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기존의 100% 무작위 추첨 방식에서 일부 인원을 시·군·구 체육회가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변경한 점은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제도적 장치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 같은 변화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지적과 함께,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강신욱측이 제기한 선거인단 구성의 문제점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선거 직전 공개된 일부 명단에 따르면, 이미 사망한 인물이나 군 복무 중인 선수, 사임한 임원이 선거인단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은 선거인단 명부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로, 단순한 행정 실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이나 시정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책임 있는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선거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체육계에서는 ‘선거철마다 가처분 신청이 일상화되는 구조’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 배드민턴협회, 탁구연맹 등 여러 종목단체에서도 유사한 사유로 선거가 중단되거나 재선거가 치러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축구협회의 경우, 법원이 선거 하루 전날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선거가 전격 연기되기도 했다. 선거의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는 특정 단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체육계 전반의 고질적인 병폐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는 이 같은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정치적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과거 문체부가 체육단체 선거에 개입하려 한 시도 역시 FIFA의 경고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체육계 내부의 자정 노력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내부 감사 체계와 감시 기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호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의 가처분 신청이 계기가 되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체육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한 선거제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유승민 회장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현장의 의견을 제도 설계에 충실히 반영하고, 체육계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전환점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아이스타임즈 이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