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는 내 인생의 길잡이다. 삶의 모든 것이 아이스하키에서 비롯됐다"
국내 아이스하키 환경에서 골리 선수로 활동하기란 쉽지않다. 유소년부터 청소년, 성인팀까지 그 어떤 포지션보다 어려운 경쟁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골리라는 포지션을 선택하고 열정하나만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배유성 코치. 찬란했던 선수 시절을 넘어 꿈나무들을 지도하고 있는 배 코치를 만나 골리의 세계를 들어봤다.
Q.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선수 활동은 어땠나?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친척과 집 근처에 위치한 아이스링크장에 방문했는데 마침 유소년 아이스하키 클럽 팀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훈련 모습이 너무 멋있어 부모님을 설득해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이 그렇듯 저도 처음에는 플레이어로 시작했다. 그러다 당시 팀의 골리가 너무 멋있어 보여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는데, 때마침 팀 감독님께서 "지금 골리 학생이 졸업하면 공석인데 골리를 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고 저는 바로 "알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골리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거 같다.
본격적으로 엘리트의 길을 걷게 된건 사촌형이 다니던 광성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였다. 고등학교 역시 광성고에 입학해 1학년 때부터 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우승도 경험했다. 2학년 1학기까지는 광성고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했지만, 2학기 시작과 함께 경성고로 팀을 이적하게 됐다. 당시 경성고에 친한 선수들이 많아 팀에 빠르게 적응했고,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3차 리그를 준비할때 대회 일주일 전 햄스트링 근육과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입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회를 놓치게 됐고, 성적이 좋지 않아 그만 둘 지 유급을 할 지 고민을 했다. 그 시기 광운대에서 좋게 봐주신 덕에 대학에 진학하게 됐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광운대는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갖춘 곳이었다. 운이 좋게도 U리그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얻은 것이 매우 많다. 3학년 때 국가대표 파트너 훈련에 참가했고, 유니버시아드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특히 올림픽에서는 나이가 제일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선발로 나가 국제 대회 최초로 슬로바키아를 이기기도 했다. 4학년 때는 U리그에서 세이브 92%를 기록해 팀 MVP를 받으며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국내에 실업 팀이 한 곳 밖에 없는 것과 군 복무 문제로 인해 선수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있다.
Q. 포지션을 골리로 정하게 된 계기와 골리로써 가장 긴장되는 부분은?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초등학교 3학년 말에 코치진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평소 골리가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골리 장비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4개월 가량이 걸렸는데, 기다릴 수 없어 그냥 플레이어 장비로 골리 훈련에 돌입했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편이기 때문에 파워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 매 경기가 긴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팀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 특히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내가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다.
Q. 광운대학교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학년 때 연세대학교 아이스하키부와 목동에서 펼친 시합이 떠오른다. 경기 종료까지 불과 2분을 남겨둔 시점, 무려 3점을 따라잡혀 연장전에 들어갔다. 결국 우리는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Q. 선수생활을 거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돌이켜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후회가 됐다. 당시에는 선수로서의 기량 향상을 위해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 되고나서야 멘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하는 선수가 되려면 자신의 마인드를 능숙하게 컨트롤하고, 정신적인 부분을 잘 지탱해야 한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
Q. 지도자로 변신했는데 골리 육성 철학이나 방안이 있나?
골리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흥미인 것 같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골리 역할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아이스하키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과 아이스하키만의 매력을 꼽는다면?
아이스하키를 정말 사랑했기에 체력적인 부분 말고는 힘든 점이 없었다. 저보다는 부모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나의 운동 스케줄을 함께 다니시는 등 항상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경기 중에는 서로 몸을 부딪히며 싸우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수고했다고 악수를 나누며 쿨하게 넘긴다. 이런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기억에 남는 감독님 또는 코치님은?
두 분이 계신다. 우선 광운대학교 김영조 감독님이다. 제가 만나본 감독님들 중에 가장 좋으신 분이었다. 링크장 안에서부터 밖까지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셨고 감독이라는 직책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선배로서 배울 점이 정말 많은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걱정없이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코치님은 대학교 4학년때 한 시즌 동안 코치를 맡아주셨던 김민유 코치님이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형과 동생이나 다름없었다. 코치와 선수 사이로 만나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시고 멘탈을 잡아주신 분이다. 덕분에 졸업을 앞둔 내가 마지막까지 후회없는 경기를 뛸 수 있었다.
Q.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목표는?
운동선수로서의 기본을 지키며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다. 나를 가장 잘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지도자가 옆에 있다면 그것은 큰 축복이다. 감사함과 소중함을 잊지 말고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골리 친구들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지금보다 더욱 공부하고 연구할 것이다.
배유성 선수와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질문으로 "아이스하키란 본인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아이스하키는 길잡이다"라며 "아이스하키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누구와 함께해야 하는 지도 알게 됐다. 내 삶의 모든 것은 아이스하키로부터 나왔다"라며 인사를 대신했다.
한편, 배유성 코치는 U18 주니어 대표와 2023 유니버시아드 올림픽 대표로 활동했다. 2023 U리그에서 팀 MVP로 선정돼 수상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선수생활을 잠시 멈춘 채 학생, 성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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