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인터뷰] 대학 진학 실패가 더 큰 기회 만들어준 아이스벅스 성도현 골리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기회가 온다"를 외치며 준비한 결과를 보여준 성 선수
일본 아이스하키 무대 활짝 열고 맹활약...후배들에게 길 터줘

이준섭 승인 2024.07.12 16:30 | 최종 수정 2024.07.18 15:38 의견 0
사진=성도현 선수


[아이스타임즈=이준섭 기자] "저에게 아이스하키는 기둥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둥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아이스하키는 제 삶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기, 대회가 없어 경기에 뛰지못해 대학 진학에 실패한 성도현 선수가 일본 구단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어려웠던 시기에 모교에서 꾸준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겠다'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일본에서 2년차 생활을 하고 있는 성도현 선수가 아이스하키 골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일본 닛코 아이스벅스에서 골리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성도현입니다. 경희중-광성고를 거쳤고 현재 아이스벅스라는 일본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거 U16, U20 대표팀에서도 활동한 경력도 있습니다.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된 계기는 피겨 스케이팅을 하던 누나를 따라 매일 링크장을 다니다가 초등학교 2학년때 아이스하키 감독님이 "아이스하키를 해보라"는 권유로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고 그런 계기로 지금까지 성장해 활동하고 있다.

조용한 성격이고, 내성적인 편인 것 같다. 가끔 보면 엉뚱한 모습도 있는데 제 입으로 얘기하기 민망하지만 최우식 배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진=성도현 선수


Q. 유소년 시절부터 지금의 선수생활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나?

처음 하키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는 취미로 즐겁게 운동을 했는데 5학년 때부터 선수를 꿈꾸게 되었고, 운동량을 늘려가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 중학교는 명문팀인 경희중에 진학하는 운도 따랐다. 좋은 지도자 선생님들과 팀 동료들을 만나 3년간 열심히 해서 3학년 때는 우승도 2번 경험할 수 있었다.

광성고에 진학 후 훈련에 매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2~3학년 때 많은 대회가 없어져서 대학 진학 과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대학 문을 넘지 못했는데 또다른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하고 주문하고 있었다.

고교 졸업 후 소속팀이 없는 상황에서 '운동을 포기해야 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AIHCS HOCKEYKONG' 팀이 창단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창단 후 대회 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부족한 팀 인원 등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했던 대회 출전을 이뤄낼 수 없었다.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1년간 대회에도 참가할 수 없었지만 모교와 소속팀에서 운동을 병행하면서 혹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진=성도현 선수

훈련에 매진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는데 일본 아이스벅스에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일본에서 1주간의 트라이아웃을 거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계약할 수 있었는데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을 해 현재 프로 2년차 생활을 보내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겪지 못했을 멋진 순간도 있었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지금도 항상 리마인드하고 있습니다.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학 진학에 실패한 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 것 같아 힘든 시기를 보냈고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라고 할 때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지만 미련이 남아 그만두지 못했다. 그동안의 선수 생활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이대로 그만두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며 힘들게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와 우여곡절 끝에 프로 선수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는데 포기했다면 오지도 않았을 기회였고, 준비를 안 하고 있었다면 잡을 수 없었다고 생각하네요

사진=성도현 선수

Q. 아이스하키 선수로써 골리 포지션은 어떤가?

하키를 처음 시작할 때 플레이어 무장을 입고 체험을 했고 두 번째 운동부터 바로 골리를 했다. 팀에 골리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골리를 시작하게 됐다.

"골리는 팀에 기둥이다"

중학교 시절 감독님께서 항상 해주신 말씀이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고 대우 받는 자리이지만,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고 비난 받기도 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장비가 크고 무겁고,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교체 없이 60분간 경기를 뛰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크지만 체력적인 부담보다 매일 선수들이 쏘는 강한 슛팅을 받아야 되고, 실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자리인만큼 감정적인 소모가 더 크다. 심리적인 부담감도 많고 정말 힘든 포지션이지만 이겨내고 견뎌내면 그만큼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Q. 골리로써 가장 부담되고 긴장되는 순간은?

어렸을 때는 경기마다 심하게 긴장을 했다. '나 때문에 골을 먹고 시합에 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물론 이런 생각이 아예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 경기를 하면서 지켜야 될 요소들에 집중하고 임하다보면 서서히 긴장감이나 부담감은 줄어들고 시합 자체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사진=성도현 선수

Q. 일본팀 입단 계획이 있었나? 입단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가?

아이스벅스 트라이아웃 전까지 일본 팀과 계약할 계획은 전혀 없었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찾아온 트라이아웃 기회였다.

입단 테스트를 볼 때는 간절한 마음만 있었고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입단 후 생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첫째 성실함인 것 같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관계성이다. 서로간의 존중, 배려, 희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선수끼리는 물론이고 코칭 스태프, 프론트 직원분들, 팬분들까지, 좋은 관계가 없다면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건 불가능하고 생각한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부분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Q. 일본 선수생활을 하면서 한국과 가장 다른점은 무엇인가?

우선 소속팀인 아이스벅스는 시민 구단이기 때문에 큰 스폰서 없이 시민들에 지원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한국에 프로팀과 큰 차이다. 그만큼 팀에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홈경기가 있는 날에 경기장 분위기는 선수 입장부터 정말 환상적이다.

Q. 친하게 지내는 일본 선수와 일본 생활에 대해 얘기해달라.

팀에서 어린 선수들이 꽤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과는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14번 이소가이 소타 선수, 같은 골리 포지션에 90번 오오츠카 잇사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닛코가 시골이라 놀거리가 많이 없어서 대체로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웃음). 가끔 선수들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이나 바베큐 정도가 재밌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Q. 같이 선수생활을 했던 친한 친구나 동기들이 있나? 자주만나는 편인가?

중학교 동기들과 가장 친하다. 자주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한다. 동기들과는 아직도 단체 메시지에서 대화가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각자 바쁘게 지내지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다같이 모이고 있다.

사진=성도현 선수 (경희중 선수시절)

Q. 아이스하키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학 진학을 못했을 때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보상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정말 힘들었다. 지나고 보면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Q. 아이스하키의 매력은?

격렬함, 속도감, 박진감 등 정말 매력이 많은 스포츠다. 장비를 입고 뛰는 선수들이 멋있기도 하고, 실제로 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금방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접해서 보는 사람도 직접 하는 사람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님은?

정말 감사하게도 선수 생활 내내 좋은 지도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같이 훈련한 많은 감독님 코치님들이 계시지만 딱 한 분만 얘기하자면 경희중학교 시절 감독님이셨던 도승택 선생님을 얘기하고 싶다. 제가 중학교 시절 선생님들을 많이 힘들게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믿음을 주셨고 인성적인 부분을 항상 강조해주신 덕분에 옳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 코치님이기 전에 인생의 선생님이셨고 훗날 제가 은퇴 후에 지도자에 길을 걷게 된다면 그 모습을 상상했을 때 가장 되고 싶은 모습은 도승택 선생님이시다.

사진=성도현 선수 (광성고 선수시절)

Q.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모든 유소년 학생 선수들이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하키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단체운동에서 얻을 수 있는 책임감, 서로를 위한 배려를 먼저 배울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팀을 구성하고,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마찰과 잡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맞춰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단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생기면 나중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 하고 싶은 말 한마디와 이번 시즌 목표는?

누군가에 꿈이 되고 싶다. 저도 어렸을 때 프로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웠고, 이제는 제가 프로 선수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하키를 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며 프로 선수라는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박하면서도 큰 미션인데 이번 시즌 목표는 아시아리그 첫승 이다. 나에게 첫 승리의 의미는 다른 선수들이 생각한 승리보다 더 큰 의미로 작용한다. 꼭 첫승을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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