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오 군. 사진=아이스타임즈

"미국의 주요 주니어 엘리트 하키팀은 9월부터 3월 초까지 최소 60~70경기를 뛴다고 합니다. 홈에서만 40경기, 다른 지역에서도 20경기 넘게 경기를 갖는다고 해요. 그 때문인지 미국 친구들은 확실히 경기하는 '방법'을 알더라고요."

미국 'Greater Boston Junior Bruins 2011 Elite' 팀 TRYOUT에 참여해 당당히 포워드로 뽑힌 황지오(13) 군이 이렇게 말했다.

초등시절부터 아이스하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운동한 지오 군은 시간이 날때마다 NHL경기를 시청하며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우는 훈련을 반복, 자신만의 레벨을 끌어올렸다. 국내 엘리트로 중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 올리면서도 "저는 그 정도 실력이 안된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지오군은 지난해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 미국 주요 엘리트 하키팀의 TRYOUT 일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신체 조건과 경험 등이 뛰어난 현지 친구들 사이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Boston Junior Bruins 2011' 팀 최종 1인의 포워드로 선발된 황지오 군을 경기도 하남 아이스링크장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때 굉장히 내향적이었어요"

아이돌처럼 잘생긴 얼굴, 또래 아이들에 비해 다부진 체격, 똘똘한 눈빛과 유려한 말솜씨, 게다가 성적까지 최상위권이다. 지오 군은 요즘 말로 '사기캐'(사기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오 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은 아들이 조금 더 외향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스하키를 권유했다. 겨울마다 스키를 탔던 황 군도 다행히 크게 거부감을 표하진 않았다. 지오 군은 "초반에 뜻대로 잘 안 돼서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아빠가 장비로 유혹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스키는 보통 혼자 타지 않나. 반면 하키는 팀워크를 발휘해 경기하는 것이 좋았다. 경기에 이길 때 정말 재미있더라"라며 '하키'에 점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터졌고, 링크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3년 가까이 연습조차 제대로 못 하다가 5학년이 되면서 다시 스틱을 잡았다.

황지오 군. 사진=아이스타임즈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비슷한 시기다. 그는 "2023년 NHL 드래프트 1순위 코너 베다드, 보스턴 칼리지의 윌스미스 선수 등을 정말 좋아한다. 그들처럼 잘 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 아이스하키는 열악한 수준이다. 초등 선수들은 학년별로 선수층이 두텁지 않으면 대회 참가조차 어렵다. 이에 지오 군은 많은 경기에 출전을 위해 서울 이글스를 시작으로 골든아울스, 수원IH, 제니스 등 다양한 클럽을 거쳐갔다.

환경적으로 본인의 실력,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적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지오군 또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기간인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동안 단 한 차례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고충을 겪었다. 한창 아이스하키가 재미있어졌고, 실력적으로 욕심이 생긴 시기에 시합을 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오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여러 유소년 팀을 거치면서 포워드로서 재능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실력으로 레프트 윙으로 활약했고, 골 결정력도 남달라 종종 센터를 맡기도 했다.

현재 지오 군은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단언한 상태가 아니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지 않다 보니 연습량이나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부분이 아쉽지만 '학업'도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공부와 아이스하키를 다 잡고 싶다"고 했다. 이어 '꿈'을 묻는 질문에는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프로그래밍을 하고싶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지오군은 현재 영재원을 다니는 수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하키를 굉장히 사랑한다. 가능하면 정말 잘 하고 싶다. 국가대표처럼, NHL 선수처럼 잘 하면 좋겠다. 공부와 하키 중 우선순위는 없다. 지금 같아선 둘 중 하나도 포기 못 할 것 같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지오 군은 곧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도 계속해서 스틱을 잡고 싶었던 그는 보스턴에 있는 유명한 팀을 스스로 서치했다. 지오 군은 "제가 최종적으로 가기로 한 보스턴 주니어 브루인스를 포함해 중상위권에 소속된 총 세 개 팀 TRYOUT에 참가했다"라며 "처음 TRYOUT에 참가 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보통 드리블과 스케이팅을 하고 뽑는데 미국은 달랐다. 1시간 동안 TRYOUT을 진행하는데, 15분 동안 드리블하고 팀을 나누더니 바로 게임을 뛰는 거다. '게임이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후 지오 군은 TRYOUT에 참가한 세 팀에 모두 합격했다. 그는 보스턴 주니어 브루인스를 선택한 이유로 "환경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제가 NHL에서 가장 좋아하는 윌 스미스 선수가 브루인스 출신이더라. 그리고 현재 NHL에서 뛰고 있는 유명한 선수들이 그곳을 거쳐 갔다"고 했다.

주니어 브루인스 선수로 뽑히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오군이 참가한 TRYOUT에는 포워드 1명, 디펜스 1명 등 총 2명만 선발했다. 그는 "이번 TRYOUT은 총 15명 정도가 지원했고, 작년에 이 팀에서 뛰었던 선수도 24/25 시즌에 참가하기 위해 또 TRYOUT에 참가했다. 이번 TRYOUT은 저처럼 새로운 선수 선발을 위한 참가자만 15명으로 경쟁률이 1대 15 정도였다"고 말했다.

황지오 군. 사진=아이스타임즈
황지오 군. 사진=본인 제공

지오 군은 이번 TRYOUT 참가를 통해 미국의 아이스하키의 경쟁력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미국 주니어 팀 대부분이 전용링크가 있더라. 브루인스만 봐도 전용 링크장에서는 오직 아이스하키만 한다. 무엇보다 팀마다 전용링크가 있어서 경기도 많이 잡는다. 게임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나라는 링크장이 있어도 일반 사람들이 같이 쓰고, 피겨 스케이트 등 다른 종목도 같이 하다보니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는거 같다"고 말했다.

현지 팀 선수들은 9월 초부터 3월 초까지 60~70경기를 뛴다. 홈에서 40게임이 넘고 원정이 20게임 정도다. 지오 군은 "브루인스 코치가 한국에 돌아가면 최소 60~70경기 뛸 생각하고 와야 하고 몸도 만들어와야 한다고 하더라. 공부하러 가는데 다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오 군이 미국에서 현지 친구들과 직접 게임을 뛴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체격이 굉장히 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생각보다 스킬이 좋고 빨랐다"고 했다.

또 "확실히 게임 경험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TRYOUT 아닌가. 저는 엄청 긴장했는데 그들은 즐기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수비 라인에 서서 슛을 때리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포지션을 바꾸기도 하더라. 포워드가 수비하고, 디펜이 공격을 하는 거다. 모두가 멀티 플레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오 군은 "저 또한 미국에서 게임 뛰는 방법을 몸에 배게 하고 싶은 바람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오 군의 부모님은 아들의 훈련이 있는 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챙긴다. 사업가인 부친은 황 군이 레슨을 받을 때마다 픽업을 해주고 장비를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등 든든하게 서포터 하고 있다.

지오 군은 "아빠가 저 보다 더 하키 열정이 넘치시는 것 같다. 게임을 뛸 때마다 영상을 찍으시는데 네 번 이상은 보시더라. 회사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신지"라며 농담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지오 군은 미국에 다녀온 이후, 그곳에서 보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자신처럼 '하키'를 사랑하는 동생, 친구들에게 "미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3월 트라이아웃에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최대한 게임을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며 팁을 건넸다.